[미국 "금리인상 천천히"] '리스크' 15번 언급하면서도 시장 불안 잠재운 옐런

입력 2016-03-30 19:19  

현장에서

통화정책 방향 제시

"미국 경제 여전히 견고하지만 세계경제 위험 무시 안돼"
"위험 지표 나타나기 전 선제 대응 나설 것"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 뉴욕=이심기 기자 ]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연설이었다. 지난 17일 나온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와 이어진 기자회견에 언급한 내용 그대로였다.

시장은 달랐다. 29일(현지시간) 오전 지지부진하던 미국 뉴욕증시는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설과 함께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S&P500지수는 1% 가까이 급등해 심리적 저항선인 205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종가 기준)를 찍었다.

옐런 의장은 이날 뉴욕 맨해튼의 메리어트마르퀴스호텔에서 열린 뉴욕 이코노믹클럽 주최 행사에 참석해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과 불확실성, 통화정책’을 주제로 30분간 연설했다.

행사장 앞쪽에 마련된 단상에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과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맛?등 월가의 내로라하는 고위급 인물 30여명이 앉아 옐런 의장의 연설을 지켜봤다. 단상 아래 117개 라운드테이블엔 월가 펀드매니저와 이코노미스트, 헤지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 대기업 임원 등 1100여명의 전문가가 앉아 옐런의 입에 귀를 기울였다.

옐런 의장의 이날 발언은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하방위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조심스러워야 하며 성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시장이 환호한 이유다.

그는 “이미 완전고용 수준인 미국 실업률이 더 떨어지더라도 물가는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지표에서 드러나지 않은 노동시장의 슬랙(slack·유휴노동)이 더 많이 있다. (임금이 낮은) 시간제 일자리의 증가 때문에 실업률 하락에 만족할 수 없다”는 등의 표현으로 신중한 기준금리 정책방향을 시사했다.

연설 후 질의응답 시간.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이 “미국 경제가 괜찮다고 하면서 금리를 올리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옐런은 “Fed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며 글로벌 경제의 취약함을 지적했다.

옐런 의장이 연설과 질의응답 시간에 가장 빈번하게 사용한 단어는 ‘리스크(risk·위험)’였다. 모두 15번 언급했다. 미국 경제가 견고하다고는 말했지만 글로벌 경제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어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잡는다고 거듭 신호를 준 것이다.

그는 “섟?경제 약세가 미국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보이면 그보다 앞서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험이) 지표로 나타나기 전까지 기다리지 않고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옐런 의장은 미국 경기의 후퇴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의식한 듯 “Fed는 ‘래리 서머스 학파’에 속하지 않는다”고 비유했다. 전 미국 재무장관인 서머스가 수년째 주장하고 있는 미국의 장기 침체론에 동의하지 않으며, 미국 경제가 정상궤도로 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옐런 의장은 정치권을 겨냥한 비판적인 시각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Fed가 의회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치권이) 더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기업에 대해서는 “노동생산성 증가에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생산성이 낮은 수준에서 머물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옐런 의장의 발언에서 그의 속내와 Fed 내 분위기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자신을 헤지펀드 매니저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미국 경제와 금리전망에 대해 시장과 Fed 간 시각차가 해소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시장과 적극 교감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행사”라며 “시장도 중앙은행에 신뢰와 존중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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